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멀쩡한 의사가 #1처럼 양심을 갖고 친절하게 진료를 하면서,
그 스스로도 자신이 사무장 병원에서 불법적인 영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할 줄 아는게 공부밖에 없던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모범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레지던트를 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하였다.
이제 곧 개업을 해야 하는데,
처음 들일 자금도 부담스럽고 어디다 차려야 할지도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아는 선배 소개로 월급 800만원을 받고 지방 의원에 근무하기로 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어느날 갑자기 경찰에서 출석요청이 왔다.
사무장 병원의 근거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병원, 의원)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익법인, 의료법인, 의사“ 등으로 제한하고 있고,
제87조 제1항 제2호는 이러한 자격요건이 없이 의료기관 개설하는 자를
소위 ‘사무장 병원의 사무장’으로 보아 처벌하고 있다.
의사가 자기 명의로 신고하고 진료도 보는 병원도 사무장 병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①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②개설신고, ③의료업의 시행, ④필요한 자금의 조달, ⑤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의료기관 개설자(2009도2629)인데, 만약 의사가 자신이 번돈이나 대출을 받아 병원을 차린 것이 아니고, 매출의 일정 비율에 의한 인센티브나 월급을 받기로 하고 운영을 개시한 것이라면 그 전주(錢主)가 개설자로서 사무장이 되는 것이다. 즉, 진료 서비스 질의 관점이 아닌 사업적인 관점에서 병원, 의원의 개설주체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가장 중요한 기준 3가지를 상식에 대입해보면 사무장 병원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이 한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①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을 누가 충원하였는지 – 사장님이 누구니?
④필요한 자금의 조달은 누가 했는지 – 사장님이 누구니?
⑤운영성과(이익)은 누가 갖는지 – 사장님이 누구니?
나머지 기준 2가지인 ②개설신고, ③의료업의 시행은 굳이 따져볼 필요가 없다.
의료법에 정한 개설자격에 있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등 관할 관청에서
의료기관 개설 허가 내지 신고에 대해 수리자체를 해주지 않으며,
의료업의 시행을 의사가 아닌자가 하는 경우는 더 나아가
보건범죄단속법위반이라는 중죄에 해당하므로
평범한 일상에서는 애초에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요소들에 불과하다.
결국 의사가 사장님이어야 사무장 병원이 아니라는 결과가 된다.
이게 상식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
의사가 혹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대단한 공익을 추구하는 직업이라고
몇 명이나 인정해 줄까?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그 취지에 대해, 의료행위는 살아있는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때로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2003헌바95 결정)이라거나, 의료법은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동 규정의 취지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대법원 2003. 4. 22.선고 2003다2390호)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살면서 한번이라도 공공병원이나 보건소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영리추구 없이 질 좋은 서비스를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왜 아산병원이, 삼성병원이 선호도가 높은 병원인지를.
사장님이 의사가 아니라도 우리는 능력있는 의사선생님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사장님이 의사라도 우리는 무능한 의사선생님한테
질 떨어지는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물론 병원진료비는 개인 돈 보다,
건강보험금이라는 가입이 강제된 ”공금“이 더 많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그 지출이 좀 더 투명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